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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맛집

10000원짜리 한장에 소주두병과 안주까지 해결(부제: 사라져가는것에 대한 아쉬움 '피맛골')

10000원짜리 지폐로 뭘 할 수 있을까....
뭐 별거 다 할수 있지만 요즘같이 물가가 많이 오른때에는 둘이서 소주 한잔 하기엔 택도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10000원으로 소주두병에 안주까지 해결 가능하다면? 거기에 옛날 향수까지 느낄수 있다면???
 
내가 늘 존경하고 아버님처럼 따르는 한양대 교수님께서 하루는 소주한잔 하자구 연락이 왔다.
이분이 참 구수한분이다. 어른에게 구수하다는 표현이 좀 그럴지 모르지만 구수하시다. ㅎㅎ
삶에 있어 가식이란게 눈꼽만큼도 없고, 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시는 분이다.
때론 그런 직설적인 모습이 낯선이들에겐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모습이 너무좋다.
이제 환갑이 다되셨는데 정렬만큼은 나를 넘어선다. 참고로 내 모교는 한양대가 아니다 ㅎㅎ;;
내 모교 교수님들보다 타학교 교수님들과 더 친하다;; 문제가 좀 있네 ㅋ
 
이번엔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가실까 생각했는데(교수님 집이 역삼역 바로 앞이라 강남권을 잘 안벗어 나신다) 왠일로 종로로 나오라는 연락이.. 흠;;; 무슨일이지?;;
 
교수님 : 재욱아 너 피맛골 알아?
나 : 알죠. 거 종로 3가쪽에 골목에 있는 술집골목 아니에요.
교수님 : 바보xx. 그게 다가 아냐. 여기 광화문 앞 쪽부터 종로 끝까지가 원래 피맛골이야!.
나 : ><;;
교수님 : 너 피맛골이 무슨뜻인지는 알아?
나 : ㅡㅡ;;;
교수님 : 옛날에 높은 어른들이 가마나 말을 타고 지나가면 마주치던 아랫사람들이 말에서 내려 절하고 그래서, 불편하고 그랬기에 큰길 뒷쪽에 길을 내고, 아랫사람들이 다니던 길을 피맛골이라 부른거야.
말을 피하기 위해 다니는길 혹은 말머리를 돌리다 라는 뜻으로 피마동, 피맛골이 생긴거야..
나 : 네;; ㅡㅡ;; (아 써먹어야지;; ㅋㅋ)
교수님 : 오늘은 여기 함 가보자. 너 참새 먹어봤어?..
나 : 아뇨.
교수님 : 잘됐다. 들어가자.
 
 
 
 
광화문쪽에서 시작되는 피맛골 젤 첫 골목에 위치한 참새집.
 
 
아주 다양한 꼬치들이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게 참새다 ㅋㅋㅋㅋㅋ 아 우 징그러.. ㅋㅋㅋㅋ
 
 
돈두 많이 버시는 교수님이 왜 이런델 델구와 정말... ㅋㅋㅋ 이러면서 불평 한번 하고. 맛을 봤다. (속으로 하는게 아니라 대 놓구 한다 ㅡㅡ;)
 
교수님 : 이걸 이렇게 먹는거야. 참새 머리를 떼네고 , 이 머리가 젤 맛있으니깐 젤 첨에 먹어야되. 그리고 날개 나누고 몸통 나누면 딱 7등분되, 이렇게 해서 소주 한병을 마시는거야 . 자 먹어봐
 
나 : ㅡㅡ;;; 교수님 이거 머리는 안먹으면 안될까요;;; 눈알도 보이는데 ㅡㅡ; 저 비위약한거 아시잖아요
 
교수님 : 이xx가 말이많아 먹어.
 
나 : ㅡㅜ 네.
 
...웅.. 우걱 우걱.. 뼈까지 씹고.. 눈알 터지는 그 느낌.. 으윽;;;;;
어라..
근데 이 고소함은 뭐지;;;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이 깊은 고소함...
 
치킨군 하군 차원이 다르다... 우아~ 맛있다.
 
 
이어 나오는 은행과 떵집..... 어느새 소주는 한병이 다 끝나있고..
 
 
교수님 : 참새맛 잘 기억해뒀지?
나 : 넵!
교수님 : 이번엔 메츄리 함 먹어보자
나 : 넵!! ㅋㅋ (기대 기대 )
 
엥;;; 메츄리는 텁텁하니.. 쫄깃쫄깃하지도 않고, 팩팩한 닭가슴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 덜하면 덜했지..
이때 알았다. 참새와 메츄리는 절대 맛이 비슷할 수가 없다는걸;;;;
어후.. 정말
 
 
 
 
 친절하게 가격표까지 올려주는 센스 ㅋㅋ.
 
옛날엔 포장마차에서 전부 참새구이를 팔았다구 한다. 하지만 요즘엔 거의 보기 힘든게 참새구이 아닌가.
 
오랜 역사를 지닌 피맛골이 이제 건물이 들어서기위해 철거중이다.
 
이곳도 없어질 날이 얼마 안남았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쯤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과 추억만들기로 함 가보면 어떨까 한다.
 
이쁘고 화려한곳에서의 추억도 좋지만,
 
진정 추억이란 둘만이 기억을 공유 할 수 있는 그런 추억이 아닐까..
 
그 것이 좋던 나쁘던...